헌법재판소,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조항 놓고 ‘헌법불합치’ 판결 내려

<뉴시스>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려 수사당국이 ‘실시간 위치 추적’ ‘기지국 수사’ 등을 진행하기 까다로워졌다. 이를 두고 수사 진행의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각축을 벌이는 모양새다. 아울러 수사기관의 수사 방식에도 변화가 예견된다.

헌재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과 통신 자유 침해”
2020년 3월 31일까지 개정 촉구해…국회서 논의돼야


앞으로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발신 추적을 수사 방법의 일환으로 사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헌법재판소가 수사기관의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과 통신 기지국을 통한 통신 자료 확인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같은 날 송경동 시인과 인터넷 신문사 기자 A씨 등이 통신비밀보호법 2조와 13조에 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나온 결과다.

재판부는 위헌 소지가 있지만 당장 폐지할 경우 생길 법적 공백을 우려해 한시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를 선고한 뒤 오는 2020년 3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수사의 필요성’이면 통과?
현행 통비법 기준 애매해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이란 1993년 제정된 법으로, 통신비밀을 보호하고 통신의 자유를 신장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 법의 제13조 1항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 확인 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통비법이 말하는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 자료’에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 추적 자료가 포함돼 논란이 야기됐다.

같은 13조 2항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 요청 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보통군사법원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당초 1항의 규정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고만 적혀 다소 느슨한 규제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이에 관해 이민 변호사(법무법인 창과방패)는 “그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은 아니고, 통비법 (적혀 있는) 요건이 기본권 몇 가지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봐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충족) 요건이 ‘수사의 필요성’으로 애매하게 돼 있다. 이 부분을 놓고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결정적인 증거로 현재 위치와 착발신 내역들이 필요하다’고 하면 (법원에서) 다 받아줬다”면서 “요건 자체가 너무 느슨하게 돼 있는 문제가 있어 헌법불합치 판단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법안의 제13조의3 제1항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13조의 규정에 의하여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을 받은 사건에 관하여 공소를 제기하거나, 공소의 제기 또는 입건을 하지 아니하는 처분(기소중지결정을 제외한다)을 한 때에는 그 처분을 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을 받은 사실과 제공요청기관 및 그 기간 등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밝힌다.

그간 수사기관은 이를 바탕으로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진행한 뒤 기소·불기소 처분 후 30일 이내에 위치정보 추적 자료를 제공받은 사실 등을 사후 통지했다.

이를 두고 헌재 측은 “위치정보 추적 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며 “(해당 조항이)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을 허용함으로써 정보 주체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꼬집었다.
 
안전 vs 개인 사생활
중요도에 따라 생각 달라
 

개인의 정보 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결과라고 보는 이들도 많지만, 수사기관의 수사 속도가 더디게 진척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이웅혁 교수에게 휴대폰 위치추적이 실제 수사 현장에서 이용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수사의 가장 핵심, 기본”이라며 “(사건이 벌어진) 지역, 장소에 용의자가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현재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기지국 수사 등을 하는 데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헌법재판소는 (범죄와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의) 개인정보도 검색되는 것이 문제라 얘기한 것”이라며 “지금 너무 광범위하게 정보가 수집되니 (개정안을) 입법 촉구한 것”이라고 헌법불합치 판결에 대해 이해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교수에 의하면 수사기관의 휴대폰 위치추적 가능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이 대두되는 것은 안전과 개인의 자유로운 사생활 중 어느 것을 중요하게 여길지에 따른 문제다.

그는 “수사를 효율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한 공익의 (일부분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전체의 공익과 수사 목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처음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두고 ‘왜 내 얼굴이 찍히느냐’ 등의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CCTV 덕으로 범죄 검거를 신속하게 하게 되자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폐쇄회로 텔레비전 역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걱정이 있지만, 실제 범죄 검거 등 수사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반발감이 누그러졌다는 것이다.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교수는 “요체는 ‘국가 기관을 제대로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이라고 봤다.

광범위한 개인 정보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 기관이 제3자의 정보에 관해 불필요한 침해가 이뤄지거나 소유한 개인 정보를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이러한 논의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회에서 수사의 효율성도 해하지 않고, 범죄 사건과 관련 없는 제3자의 정보에 관한 불필요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 변호사 역시 “(이를 두고) 국회가 새로 개정해야 하는데, (통비법에 적힌) 요건 자체가 수사의 필요성만 있었으니 ‘일반인 평균의 상식으로 봤을 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상당성과 징역 몇 년 이상에 해당되는 죄에 한한다는 ‘중대성’ 등 최소 한두 가지 이상의 요건이 추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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