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로가기

기사 상세

사회

스토킹 범죄, 징역·벌금형으로 처벌 강화

이용건,성승훈 기자
입력 : 
2018-02-22 14:34:25
수정 : 
2018-02-22 18:15:33

글자크기 설정

법무부·여가부 등 피해방지 대책…가칭 `스토킹 처벌법` 제정 추진
데이트폭력 처벌도 대폭 강화
사진설명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이 징역·벌금형으로 강화된다. 또 데이트폭력 사건처리 기준이 마련되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개선된다. ◆ 스토킹처벌법 제정

정부는 22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스토킹·데이트폭력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스토킹·데이트폭력 사건이 폭행·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을 제고하고 국민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약자에게 권력을 악용해 (성적)폭력을 자행하는 경우에는 가중 처벌해야 옳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에 따라 '스토킹 처벌법(가칭)'을 제정해 스토킹범죄의 정의, 유형을 명확히 규정한다. 스토킹범죄에 대한 처벌도 현재의 범칙금 수준에서 징역·벌금형으로 강화한다.

스토킹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41호(지속적 괴롭힘)에 따라 최고형이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등에 불과하다. 스토킹 자체가 형법상 폭행이나 협박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얘기다.

문제는 스토킹이 강간이나 폭행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6년 스토킹 상담건수 116건 중 5건(4.1%)이 강간·강제추행, 17건(14.4%)가 협박, 폭행(4건·3.3%) 등 다른 범죄가 동반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창과방패 이민 변호사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강력범죄 예방 차원에서 스토킹 자체에 대한 처벌을 징역 등으로 강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제정법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세부기준 마련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가령 현행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은 명시적인 거절 의사를 표명한 상대방에게 만남·교제를 3차례 이상 요구하거나 2차례 이상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다. 징역 등으로 처벌수위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공포심·불안감 조성이 동반되는 만남·교제 요구 같은 엄격한 요건 마련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개선한다. 재발 우려가 있을 경우 법원이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통신금지 등 잠정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가해자가 이를 위반할 때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스토킹 가해자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내에 스토킹 처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데이트폭력 처벌 강화

법무부는 데이트폭력 사건처리 기준도 만들 예정이다. 특히 피해자 보호조치를 개선하기 위해 가정폭력처벌법상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혼인생활과 유사한 정도의 동거관계'까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데이트폭력 대책의 경우 연인관계의 특성상 피해자의 고소 취하나 합의로 사건이 종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가해자 계도 효과 증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동반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피해자 지원 체계 마련에 나선다. 여성긴급전화 1366 및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긴급 상담을 제공하며 피해자를 위해 경찰서로 찾아가는 현장 상담도 운영한다. 피해자는 1366센터 긴급피난처에서 최장 30일까지 지낼 수 있는 일시보호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여가부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회복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한편 심리치료 지원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여가부는 공공부문 성폭력·가정폭력 의무예방교육에 스토킹·데이트폭력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아동·청소년의 올바른 양성평등 의식 형성을 위해 교과서도 보완한다. 또 공익광고, 드라마 등 대중매체를 활용해 스토킹·데이트폭력에 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홍보도 강화한다.

◆ '합의로 유야무야' 막아야

정부의 이번 대책은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해 양형을 높이고 부부간 강간·폭력 같은 가정폭력에 적용돼온 접근금지 명령 등을 연인관계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자체로는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법률사무소 소울 이상목 변호사는 "폭행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라 합의로 끝나면 양형강화 같은 조치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폭력예방 교육 등에 대한 '이수조건부 기소유예' 같은 제도를 활성화함으로써 데이트폭력에 대한 고소가 유야무야되는 일이 없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2016년 친밀한 관계 내 성폭력 피해유형 상담건수 280건 중 강간·강간미수는 83건(30.3%), 강제추행은 30건(10.6%), 폭행은 17건(6%)을 각각 차지했다.

[이용건 기자 / 성승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