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UL체크] ‘조두순 재심’ 가능성, 형사법 전문가들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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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1.10. 오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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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 사건을 모티프로 제작된 영화 ‘소원(2013)’ 스틸컷. 필름모멘텀


지난 2008년 8세 초등학생을 성폭행하면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조두순의 형량에 대한 재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린 ‘조두순 재심’ 청원 글은 참가자는 현재 40만명을 넘었다.

하지만 법조계는 ‘조두순 재심’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당시 사건과 관련해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재심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한 형사소송법 전문 변호사는 “조두순 재심은 불가능하고 이 사건에 대한 새로운 증거가 나온다고 해도 안 된다”며 “형사소송법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재심 사유를 7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재심은 ▦원판결의 증거된 서류 또는 증거물이 확정판결에 의해 위ㆍ변조된 게 증명된 경우 ▦무고로 인해 유죄 선고를 받고 그 무고의 죄가 다른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경우 ▦판사나 검사가 판결, 기소 과정에서 죄를 범한 게 확정판결에 의해 증명된 경우 등에만 가능하다.

쉽게 말해, 조두순 사건이 재심 자격을 갖추려면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결함이 있었다는 게 증명돼야 하는데 그게 아닌 이상 ‘징역 12년형’이라는 결과가 단순히 부당하다는 이유로 재심을 여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재심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릴 목적으로 열 수 없다. 형사소송법 420조는 “재심은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 그 선고를 받은 자의 이익을 위하여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조두순의 형량 감경ㆍ무죄 판결을 위한 재심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발견됐다는 전제 아래 가능하나, 조두순의 형량을 높일 목적의 재심은 아무리 사건 관련 새로운 증거가 발견돼도 불가능하다. 조두순에게 불이익을 줄 목적의 재판이기 때문이다.

재심 사유는 왜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 됐을까. 성폭행 등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SOS성범죄대응센터 이민 변호사는 “재심은 불공정한 재판을 받았거나, 공권력에 의해 권리를 침해 받은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이미 형을 선고 받은 사람에게 추가 처벌하려는 목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실성이 낮은 재심 대신, 조두순 같은 흉악범죄자를 관리할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 중인 이른바 ‘조두순 법’이 대표적이다. 흉악 범죄자의 거주지ㆍ행동 반경 등을 엄격히 제한한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사실상 이중 처벌”이라는 등 반론도 만만치 않다.

‘조두순 법’을 어떻게 조두순에게 소급 적용할지도 골치 아픈 문제다. 조두순이 ‘조두순 법’을 적용 받으려면 그가 범죄를 저지른 2008년으로까지 법의 소급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 문제는 ‘조두순 법’이 조두순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 변호사는 “소급적용 기간을 10년 이상으로 잡는 건 매우 이례적 경우”라며 “소급 적용에 따라 추가 처분 받은 출소자들이 헌법 소원이나 위헌법률심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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