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영업중단 사기의혹 '투어2000' 대표..."죄송하다, 돈 돌려드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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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오현 수습기자
입력 2023-02-14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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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업 중단 공지 하루 만에 문 닫은 여행사...피해자들 '분통'

  • 피해자 "영업 중단 공지 당일까지 모객·현금 유도 사기행위"

  • 양무승 투어2000 대표 "업계와 소비자에 죄송"

보라카이 해변 [사진=필리핀관광부]

#안모씨(31)는 첫 가족 해외여행에 부푼 기대를 안고 지난 2일 여행사를 통해 보라카이행 티켓을 끊었다. 가족 모두 직장 생활을 하는 터라 쉬는 날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겨우 짬을 냈다고 한다. 출국을 코앞에 두고 안씨는 현지에서 진행할 투어 프로그램 비용까지 모두 지불하고 유심 변경과 환전도 마쳤다. 그야말로 출발만 남은 셈이다.
그렇게 기대에 부푼 안씨에게 별안간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출국 이틀 전 여행 패키지 구매 카드 결제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은 것. 수상하게 여긴 안씨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소문한 끝에 자신이 선택한 여행사가 갑자기 영업을 중단했단 사실을 알게 됐다. 5일 전까지만 해도 여행 확정서를 받아 이런 사실을 꿈에도 생각지 못한 그가 가족 여행의 꿈을 한순간에 망쳐버린 순간이기도 했다.


국내 중견 여행사 ‘투어2000’이 하루아침에 영업 중단을 통보하면서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예약을 취소한 1000명 가운데 현금으로 결제한 실질적인 피해자는 5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보이자 투어2000 측은 부랴부랴 소비자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고 14일 밝혔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투어2000은 지난달 31일 오후 6~7시께 고객들에게 ‘경영악화로 인해 다음날인 2월 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단체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 기존 예약은 일괄 취소되며 이른 시일 내 환불 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예약금을 현금으로 송금한 다수의 피해자는 보름 가까이 돈을 환불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기준 260여명이 모인 피해자 공개 채팅방에서 추산한 현금 피해액만 어림잡아 3억6000여만원에 달한다.
 

한국 소비자원은 지난 6일 투어2000의 계약해제 통보건에 대해 소비자 피해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한국소비자원]

양무승 대표 "고객 피해 죄송...피해자 구제 최선 다하겠다"
양무승 투어2000 대표는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이날 <아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그는 “소비자와 업계에 피해를 야기시켜 죄송하다”며 “피해자 구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소비자 피해액을 10억여원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번 주에서 다음 주 중으로 일부 직원이 다시 출근해 고객분들과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어2000은 영업 중단 결정 당일 직원 대부분을 권고사직 처리해 현재 사무소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소비자 피해와 별개로 권고사직 역시 중단 통보 3~4시간 전에 이뤄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양 대표는 “코로나19 사태로 3년간 쌓여왔던 것이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돼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며 “영업 중단 역시 당일 갑작스럽게 결정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영업 중단 당일까지 현금 납부를 고의적으로 유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월 1~3일 출발 고객이 많아 더 보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당시 여행 중이던 고객들이 해외에서 피해를 보면 문제가 더 커지기 때문에 '해외 계신 고객들을 우선 들어오게 하자'고 생각해 영업중단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외에 있는 고객이 안전하게 국내로 들어오는 데 집중했고, 그게 대부분 정리가 된 상태”라며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구체적인 소비자 배상 계획과 확보된 유동성 자금에 대해서는 “차입과 개인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준비 중인 상태”라고만 설명하며 구체적인 보상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사진=투어 2000]

고객 피해액 10억여원 추산...피해 고객 '발만 동동'
현재 피해 고객들은 그간 업체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피해자들은 투어2000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야기시켰다며 사기 의혹을 제기, 집단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다.

안씨 역시 “하루아침에 영업 중단을 결정한 것이 아닐 텐데 사전에 그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다”며 “영업 중단을 통보한 그날까지 홈페이지에선 계속 모객을 진행했고, 예약금 납부를 유도했다”며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투어2000은 ‘환불 절차가 원활하지 않다’는 이용 후기가 온라인 상에 자주 등장하는 등 수년 전부터 자금압박을 겪은 정황이 여러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사기죄에 해당하기 위해선 계약 과정에서 계약을 진행할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민·형사소송 전문 변호사는 “업체 측이 문자를 통해 환불 의사를 공표했기 때문에, 환불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만으로는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이미 적자가 쌓인 상태에서 영업 중단을 결정할 직전인 1월 이후 예약 건에 대해서는 따져볼 만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A 고객으로부터 받은 비용을 B 고객의 환불 처리 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등 ‘용도 사기’를 입증해야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어2000은 1999년 설립한 국내 대표 중견 여행사다. 양 대표는 전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이자 현 서울시관광협회(STA) 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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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0 / 300
  • 그래서
    내돈 언제 돌려준다는 건가요?
    벌써 20일이 지났는데
    내가 투어2000 에 빌려준 돈도 아니고
    여행가기 위해 결제했는데
    여행 안보내주면
    돈을 돌려줘야하는게 아닌가
    이런게 사기가 아니면 뭐가사기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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