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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해놓고 조사엔 안 응했다...이은해 풀 열쇠 '죄수의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살인 혐의로 공개 수배됐다가 지난 16일 검거된 이은해(31)씨는 첫날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씨는 변호인 입회하에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함께 체포된 조현수(30)씨는 조사에는 임했지만,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날 조사는 두 사람이 지난해 12월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종적을 감춘 이후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으로 볼 때 이씨 등이 여러 차례의 ‘심경 변곡점’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건 발생과 도주, 자수까지의 과정으로 볼 때 피의자들이 다양한 심경 변화의 요인과 변수가 있을 것이란 얘기다.

검찰, 4개월 만에 2차 대면 조사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된 이은해(31)씨가 조사를 위해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된 이은해(31)씨가 조사를 위해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된 조현수(30)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지난 16일 경찰에 검거된 조현수(30)씨가 인천지검으로 이송되고 있다. 심석용 기자

당시 검찰은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대포폰 수십 개를 찾아냈고 살인미수 정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특히 이씨는 도주 전 지인에게 “구속될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지만, 신변에 불안감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고 이씨 지인은 전했다.

도주와 자수 한 것처럼 심경 변화 많을 듯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계곡살인 검거.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씨가 아버지의 설득으로 자수를 결심한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경찰은 탐문조사를 거쳐 이씨 등이 경기도 고양의 한 오피스텔에 숨어있다는 사실을 파악함과 동시에 이씨의 부모에게 협조를 구했다. 이씨 부녀는 평소 서로를 끔찍이 챙겼다고 한다. 이씨의 아버지는 소셜미디어(SNS)로 딸에게서 연락이 올 때마다 자수를 권유했다고 한다. 지난 16일엔 아버지에게 전화해 “죽고 싶다”고 하면서 최종적으로 자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씨 아버지와 함께 이들의 은신처로 간 뒤 이씨와 조씨가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했다. 경찰 관계자는 “극단적인 선택 등 돌발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심경의 변화가 큰 피의자일수록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민 변호사(법무법인 창과방패)는 “자수한다는 건 양형에 참작하기 위함인데, 자수한 만큼 혐의를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죄수의 딜레마’처럼 공범이 있는 만큼 주도적 역할은 서로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검찰이 지명수배를 결정한 건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유력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들이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검찰은 18일쯤 이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 등이 받는 혐의사실 입증에 중점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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