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벌써 6년째다. 제정 당시에는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시행되자 우리 사회의 적응은 예상에 비해 빠르고 순조로웠다. 청탁금지법이 '음식물 3만원, 부조(扶助) 및 선물 5만원, 농축산물 선물의 경우 예외적으로 10만원'이라는 구체적 금액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점도 수범자들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데에 적잖이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예를 한 번 들어보자. 대학원생 A군은 지도교수 B에게 결혼식 주례를 부탁했다. 바쁜 일정에도 쾌히 응해준 B교수가 너무나 고마웠던 A군은 신혼여행지에서 B교수의 선물을 샀고 택배로 선물을 발송했다.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선물 가액의 범위가 5만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A군은 해당 금액에 맞춰 선물을 골랐지만 배송료가 더해지자 총 지불금액이 5만원을 초과하게 되었다. B교수는 A로부터 받은 선물이 문제되어 학교 측으로부터 소명을 요청받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A는 얼마나 곤란하겠는가.
이번에는 A군이 주례의 답례로 선물이 아닌 식사를 대접하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허용되는 음식물의 가액이 3만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A군은 열심히 물색한 분위기 좋은 한정식집에서 딱 3만원의 메뉴를 미리 주문하고 B교수를 초대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부가세가 별도라는 것이 아닌가. A군은 어떻게 해야 할까. B교수에게 부가세 3천원만 직접 계산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탁금지법 적용에 있어 택배비와 부가세는 어떻게 해석될까. 우선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택배비는 수수가액에 포함되지 않고, 부가세는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택배비는 발송지역·중량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택배비를 포함시키면 발송지역 등에 따라 제재 여부가 결정되는 불공정이 발생하게 되는 반면, 부가세는 통상 음식물 또는 선물 가격에 포함되어 표시되므로 가액에 포함된다는 해석이다. A군의 사례에 권익위의 해석을 적용하면 선물은 세이프, 식사는 아웃인 셈이다.
하지만 실제 법적용에 있어서는 식사 역시 제재대상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청탁금지법이 보호하려는 것은 공직의 공정성과 청렴성에 대한 신뢰이지 수수가액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수가액이 기준을 다소 초과하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직무에 영향을 미칠 목적의 행위가 아니라 사교·의례 목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 내에 있다고 인정된다면 제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법 규정은 가능한 한 재량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만 법 적용에 있어 어떠한 융통성의 개입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위 A군의 사례와 같이 오히려 부조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법은 인간사회의 상식이고 최소한의 도덕이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가 애매하다면 전문가의 해석을 구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여의치 않다면? 우선 스스로의 양심과 상식에 물어보자. 어느 정도 합당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창조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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