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낼 돈 없어서…” 작년 납부연기 신청 2.6배로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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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은 노역장서 몸으로 때워… 코로나 불황에 생계 곤란 반증
건설 자재 납품업자인 박모(44)씨는 작년 5월 음주운전으로 1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박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현금이 부족하다”며 한 달에 300만원씩 넉 달에 걸쳐 벌금을 분납(分納)하겠다고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이 이를 받아들였고, 박씨는 신용카드로 벌금을 납부했다.

작년에 음주운전이나 폭행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벌금 분납이나 납부 연기를 신청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벌금 미납에 따른 노역장 유치처분 및 벌금 일부 납부‧납부연기 현황’에 따르면, 작년 벌금 분납 신청 건수는 2만4805건으로 2019년(1만7183건)에 비해 44.4% 늘어났다. 벌금 연기 신청 건수는 2019년 569건에서 지난해 1497건으로 2.6배가 됐다.

벌금형을 받은 이들 가운데 경제적 곤란이나 질병 등 사유로 벌금 분납, 납부 연기를 신청하고 검사가 허가하면 길게는 1년에 걸쳐 벌금을 나눠 내거나 납부 시한을 연기할 수 있다. 작년의 경우 분납 신청은 1건, 납부 연기 신청은 2건을 제외하고 모두 허가됐다.

이성훈 엘림법률사무소 대표는 “코로나와 경기 침체 여파로 음주 운전, 시비 등에 따른 단순 폭행, 무전취식 등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분납이나 납부 연기가 가능하냐고 문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조차도 어려우면 감옥이나 다름없는 노역장을 가야 한다”고 했다.

작년에 벌금을 내는 대신 노역장에서 ‘몸으로 때운' 사람은 3만3197명으로 1년 전보다 6%(2123명) 줄었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4조2415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41.4%(1조2416억원) 늘었다. 이민 법무법인 창과방패 대표변호사는 “생계형 범죄의 경우 분납이나 납부 연기가 늘어난 반면, 조세포탈 등 벌금 규모가 억대~수십억대인 사람들의 노역장 유치 신청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 동부구치소 등 전국 350여 개 교정시설에 있는 노역장에서 감금된 채 봉제나 목공, 식품 가공 등 노역을 하면 벌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노역장 유치 하루당 10만원으로 계산하되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은 300일 이상 식으로 별도의 기준에 따라 기간이 정해진다.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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